2층의 몸

물질세계에서는 나의 육체가 바로 나입니다.
정신세계에서의 나는 뭘까요?

눈을 감고 자기 모습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자신의 육체와 비슷한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육체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진 정신세계의 나입니다.
이것을 심체(心體)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2층의 몸이 있습니다.
문제는 2층의 몸이 같은 3차원 공간에 중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몸에 관해 이야기하는지 종종 혼동을 일으킵니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버튼을 누를 때,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화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소프트웨어 차원입니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의 주된 관심사는 2층에 있는 심체입니다.
경락, 경혈 등은 모두 심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단도 치료도 모두 심체에서 이뤄집니다.
음식을 먹고 체하면 물리적으로 많은 음식이 위장관에 쌓여 있지 않아도 배가 아프게 됩니다.
이건 심체의 배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침을 맞으면 금세 나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는 햅틱 기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화면의 버튼을 누르면 진동을 일으켜서 실제 버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지요.
심체도 이와 비슷하게 실제 감각을 통해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손바닥을 약간 떨어뜨리고 마주한 뒤 정신을 집중하면 가운데 풍선이 있는 것 같은 압력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심체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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