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tobwithu

  • 2층의 몸

    물질세계에서는 나의 육체가 바로 나입니다.
    정신세계에서의 나는 뭘까요?

    눈을 감고 자기 모습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자신의 육체와 비슷한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육체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진 정신세계의 나입니다.
    이것을 심체(心體)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2층(?)의 몸이 있습니다.
    문제는 2층의 몸이 같은 3차원 공간에 중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몸에 관해 이야기하는지 종종 혼동을 일으킵니다.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버튼을 누를 때,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화면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고,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는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소프트웨어 차원입니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의 주된 관심사는 2층에 있는 심체입니다.
    경락, 경혈 등은 모두 심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진단도 치료도 모두 심체가 중심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심체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氣)로 설명합니다.1

    스마트폰에는 햅틱 기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화면의 버튼을 누르면 진동을 일으켜서 실제 버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지요.
    심체도 이와 비슷하게 실제 감각을 통해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손바닥을 약간 떨어뜨리고 마주한 뒤 정신을 집중하면 가운데 풍선이 있는 것 같은 압력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심체의 느낌입니다.

    1. 이에 대비해서 육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혈(血)로 설명합니다. ↩︎
  • 몸 – 터치 인터페이스

    몸은 물질과 정신을 잇는 신비로운 변환기다.

    스마트폰으로 나무를 찍으면 사진 파일이 만들어집니다.
    눈으로 나무를 보면 마음속에 나무가 그려집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과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일이 비슷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생각해 보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습니다.1

    스마트폰 화면의 터치 버튼을 생각해 볼까요?
    화면의 버튼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정보를 바꿀 수 있게 해줍니다.

    몸에도 터치 버튼 같은 것이 있어서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음을 바꿀 수 있게 해줍니다.

    가슴 아픈 일을 당하는 것은 몸으로 겪은 경험이 마음을 바꾸는 일입니다.
    실제로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몸이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몸을 터치 인터페이스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1. 이렇게 생각하는 방식을 유비추리(類比推理)라고 합니다. 한의학은 유비추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
  • 삼원의학 –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

    저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일하는 한의사입니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10년이 넘게 한의학에 대해 고민해 봤지만,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임상가 대신 개발자가 되어 인체의 원리를 모델링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저는 물리학처럼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거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의 공부를 좋아합니다.
    한의학을 공부해 보면, 그 안에는 분명 깊은 통찰과 소중한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너무 비유적이거나 복잡해서, 마치 설명을 위한 설명처럼 느껴져 길을 잃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위대한 지혜를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처음부터(from scratch)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만들듯이, 인간을 어떻게 모델링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게 되었고
    이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지도를 완성할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목표

    • 인체의 여러 가지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
    • 이 모델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원칙

    • 모델은 최대한 단순해야 한다.
    • 모델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 일상적인 개념들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우리말에 숨어 있는 진리들을 잘 활용한다.

    개발 방식

    • 이론의 개발 방식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따르려고 합니다.
      개발 목표를 세우고, 개발을 진행한 후
      여러 가지 개념이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 내부 테스트를 하고
      적당한 단계에 이르면 세상에 공개해서 피드백을 받아 발전시키는 방식입니다.
    • 개발에 AI도 적절히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제 모델 개발의 첫 번째 보고서이자,
    당신과 함께 완성해 나갈 인간 이해 시스템의 시작점입니다.
    이제, 당신의 몸과 마음속에 숨어 있는 원리를 함께 모델링하고 구현하는 정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